최범석      http://haksodo.com
    정운찬 내정자, 야구 때문에 박사 학위 1년 늦어
지난 달 30일 잠실구장 프로야구 기아-두산전. 1-1의 접전이 펼쳐지던 8회초, 대타로 나선 기아의 장성호가 극적인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관중석에서 두산의 극적인 승리를 바랐던 한 60대 중년 신사가 아쉬운 탄성을 토해냈다.

3일 차기 총리후보자로 내정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었다. 정 내정자는 두산과 기아가 맞붙은 지난 주말 사흘 동안 야구장을 매일 찾았고 두산의 3연패에 안타까워했다.

야구는 내 인생
 
그의 삶에서 중요한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야구와 경제학이다. 야구는 그의 취미이자 즐거움이고, 경제학은 전공 과목이다. 그는 소문난 야구광이다. 야구에 대한 애정과 식견은 웬만한 전문가를 능가한다.

그는 지난 4월 4일 프로야구 개막전에 TBS 교통방송 해설위원으로 나섰다. 주말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경기의 라디오 해설도 종종 맡는다. 지난해 3월 30일 두산과 히어로즈의 잠실경기 때 처음 해설자로 데뷔했고 해박한 지식과 알기 쉬운 해설로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정치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손사래를 치지만 야구에 관한 이야기는 거침이 없다.

그는 동대문야구장 철거 반대 성명에 서명하기도 했다. 현대 유니콘스 매각 때에는 팀 살리기 운동에도 참여, 성금 100만원을 쾌척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다.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열악한 야구장 시설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몇몇 야구장을 보면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곳인가 할 정도로 시설이 열약한 곳도 있다. 가족이 찾는 팬 서비스를 위해서도 규제완화를 통해 구장을 좀 더 고급화시켜야 한다. 비즈니스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구 때문에 박사 학위도 1년 늦어

그가 처음 야구경기를 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58년이다. 미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초청경기였다. 그는 “당시 서울대표팀이 0-3으로 졌다. 하지만 그 때 야구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그 뒤 72년 미국에 유학가기 전까지 13년 동안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야구경기의 50~60%는 봤다고 한다.

야구 열정은 미국 유학시절에도 이어졌다. 뉴저지 프린스턴대학원에서 유학한 그는 TV로 매일같이 야구를 봤다고 한다. 야구 때문에 박사 학위 취득이 1년 늦어졌을 정도다. 당시 그가 거주했던 뉴저지에는 연고팀이 없어 내셔널리그 뉴욕 메츠를 응원했다.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교수로 있을 때는 뉴욕 양키스를 응원했다. 양키스와 메츠 경기는 200경기 이상 봤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뉴욕타임스' 야구면을 보면서 관련 정보를 얻는다.

서울대 교수 시절에는 사회과학부 야구부의 지도교수를 맡았다. 2004년 총장 시절 전국대학야구 가을철리그에서 서울대가 역사상 첫 1승을 달성하자, 선수들을 모두 불러 저녁을 사 주기도 했다. 1977년 창단한 서울대 야구부의 유일한 승리였다.

야구는 경제학 이상의 매력

그는 충남 공주가 고향이다. 연고로는 한화를 응원해야 하지만 두산과 인연을 맺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동창회 장학금을 받았는데 상대 동창회창이 OB(두산의 전신)의 고 박두병 회장이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자 그때 인연이 계기가 돼 두산을 응원하기 시작했고 두산의 평생회원이 됐다.
 
그는 두산의 우승을 위해 구단이 가장 데리고 왔으면 싶은 선수로는 기아의 장성호 선수를 들었다. 그 장성호가 지난 달 30일 만루홈런을 친 것이다. 또 메이저리그나 일본에서 가서도 당장 통할 것 같은 선수로는 한화의 류현진을 꼽는다.
 
그는 야구의 매력에 대해 "야구는 인생과 비슷하다. 9회말 2사 볼카운트 투쓰리에서도 승부가 뒤집어 질수 있다는 의미에서 불확실성이 스릴을 높여 야구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이어 "팀플레이를 하면서도 개인 기록과 팀 성적이 나오는 것이 경제학 이상의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은 그로부터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날려줄 홈런 한방을 고대한다. 그의 야구 정치가 기대된다.

정병철 기자 [j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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