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범석      http://haksodo.com
    나라의 스포츠를 바로잡자
  [중앙일보 송병락] 미국 유학을 가서 맞이한 첫 설날, 교수님이나 어르신께 세배 가는 것에 익숙했던 필자는 미국 학생들이 새해 인사보다 풋볼(미식축구) 결승전을 보러 가기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서 적잖이 놀랐던 적이 있다. 왜 풋볼 결승전을 설날에 하는지 궁금했던 차 하루는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교수에게 물어 보았다. 그는 미국은 국가 경영 차원에서 3대 스포츠, 즉 야구·농구 및 풋볼을 장려한다고 했다. 특히 풋볼은 전략이 무궁무진해 사관학교에서도 많이 연구하는데, 미국이 이라크 1차 공격 때 사용한 전략은 실제로 풋볼의 우회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풋볼은 럭비와 축구를 바탕으로 만든 미국인의 스포츠다. 풋볼의 전략은 무궁무진해 쿼터백의 전략만도 러닝에 50개, 패스에 200여 개나 되는데, 그 시합은 남북전쟁을 방불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요일별로 풋볼시합이 정해져 있다. 고등학교는 금요일, 대학은 토요일, 프로팀들은 일요일에 한다. 프로팀들은 고교시합 보호를 위해 금요일에는 하지 않는다. 2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에는 프로시합이 있고, 설날에는 대학 팀들의 결승전이 있다. 명절은 사실상 전략 훈련의 날이다. 새해도 전략 훈련과 더불어 시작하는 셈이다. 미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그 전략을 전수하는 등 풋볼은 미국 문화의 일부다. 야구나 농구보다도 인기가 훨씬 더 높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부국이 된 데는 이런 스포츠의 영향이 크다.

스포츠는 단순히 즐기고 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사고방식에도 큰 영향을 준다. 지난 세기 중국 사상가 량수밍(梁漱溟)은 지도자들의 스포츠 부족이 큰 문제라고 했다. 어느 미국 정치인은 한국에서는 정치인들이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는 팀 스포츠를 통해 길러지는 것이라며, 팀 스포츠를 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이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팀스포츠는 심신의 건강은 물론 조직력, 팀워크, 페어플레이 정신, 전략훈련, 경쟁력 향상에도 긴요하다. 이 중 팔·다리 힘과 두뇌를 다 쓰는 것은 미국 풋볼이다. 풋볼은 고도의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스포츠다. 풋볼로 미국을 이길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한국에도 전 국민이 열광하는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스포츠가 국가 차원에서 경영돼야 한다.

아랍 속담에 건강이 있어야 돈·명예·사랑이 있고, 건강이 제로가 되면 다른 것도 제로가 된다는 말이 있다. 보건의료비 지출은 선진국 정부 재정적자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인·국가 차원에서 모두 급증하고 있다. 건강한 삶을 살고 보건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스포츠를 대대적으로 촉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어린이들을 컴퓨터 앞이나 학원에서 운동장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 모 대학 총장은 미국인들과 밤새는 일을 해 보면 한국인의 체력이 달리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우리 어린이들의 소아비만이나 고혈압·척추이상증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스포츠가 더없이 중요하다. 초·중·고 학생들에게는 일정 수준의 개인 스포츠와 팀 스포츠를 필수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어린이 교육은 지·덕·체(智德體)가 아니라 체·덕·지 순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미국의 일류 대학은 신입생 숫자만큼의 기숙사가 있고 운동시설도 많다. 우리도 세계적인 리더 양성에 필요한 이런 시설을 세계 수준으로 건설해야 한다. 한국에는 그린벨트 등 이를 건설할 땅이 아직 많다.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학교팀들 간, 사관학교 간, 각종 사회단체 간의 스포츠 시합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매년 부산대와 서울대는 풋볼시합을 하고 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국민들이 최소한 미국 수준의 각종 스포츠 시설을 즐기고, 혜택도 누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는 그 자체로 성장산업도 된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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